35 대리사회 자막
<대리사회>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저자 소개 김민섭 309호 1201호라는 필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펴낸 이후, 2015년 12월에 대학에서 나왔다. 그 이전까지 대학, 대학원을 떠나본 일이 없는 현대소설 연구자였다. 4년 동안 글쓰기 교양과목을 강의했고 대학바깥에 더욱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알았고,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대리인간, 대리공간 대학을 나온 후 대학의 10년보다, 거리에서의 1년이 더 가치 있었다는 그, 강의실과 연구실은 대학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대학은 이 사회의 일부일 뿐.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욕망을 최전선에서 대리하며 그 구성원들을 끊임없이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내는 ‘대리 공간’에 불과하다는 것. 그동안 대리인간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함. 이 책은 “내가/우리가 이 사회에서 주체성을 가진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 타인의 운전석 대리운전이라는 노동을 시작함. 지나온 ‘대리의 시간’을 몸의 언어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 책은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가장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를 그린 것. 타인의 운전석에서 세 가지의 통제를 경험함. 운전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행위’의 통제 간단한 조작 외에는 그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음 말의 통제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대리기사는 거의 없다. 사유의 통제 주체적으로 행위하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사유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타인에게 질문하지 않는 것 타인의 운전석은 한 개인의 주체성을 완벽하게 검열하고 통제한다. 신체뿐 아니라 언어와 사유까지도 빼앗는다. 이 사회를 대리사회로 규정 우리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유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 끊임없이 불편해 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에서의 육체노동 모두가 존중할만한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에 없던 자각, 성찰을 가능케 함. 책상이나 글로 배웠던 ‘노동의 가치나 신성함’이 비로소 삶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몸으로 배운 가치들은 삶의 태도를 보다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타인의 입장에서 사유할 수 있는 연습. 교수자가 강의실에서 유일한 주체가 되어 말을 쏟아내는 순간 그 안의 학생들은 타인의 운전석에 앉은 대리기사가 되어 버린다. 스스로 사유하기를 멈추고 영혼 없는 대답만 기계적으로 하게 된다. 학생들은 강의 밖으로 나오며 오히려 사유와 발화의 자유를 찾는다. 대리기사에게 운전석이란 온전히 타인의 공간이다. 손님이면서도 주인의 역할을 잠시 대리하기 위해 침입/침투한 불편한 존재가 된다. 그러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모든 행위를 검열하고 통제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자신이 어느 공간에서 주체로서 존재한다는 감각, 바로 그것이 저마다의 행동양식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